[과학 감상실]곁에 없어도 느낄 수 있어요

촉각은 맥락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는 감각이에요. 

똑같은 어깨 터치라도 누가, 어떤 상황에서 하느냐에 따라서 따뜻한 격려가 되기도 하고, 불쾌한 성추행이 되기도 하니까요. 낯선 사람과 맨살이 맞닿는 건 상상만으로도 불편한 일이지만, 마사지샵에서는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도 기꺼이 옷을 벗고 몸을 내어주게 되죠. 버스 안에서 낯선 사람과 손등이라도 스치면 소스라치게 놀라며 손을 피하지만, 아기를 보면 쥐기 반사를 기대하며 손가락을 먼저 내밀기도 하죠. 조그만 아기의 손이 손가락을 꽉 움켜쥐면, 왠지 기분이 좋아져요. 물론, 이젠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그럴 수 없지만요.


언제부턴가, 손은 세균과 바이러스를 옮기는 캐리어가 되어버렸어요. 

하루에도 몇 번씩 손을 씻어야 하고, 손 소독제, 손 세정제를 수시로 사용하죠. 

그래서 요즘의 손은, 건조하고 차가워요.


기억 속, 옛날의 손은 그렇지 않았던 거 같아요. 어릴 때는 자주 체하는 편이었어요. 그럴 때 마다 엄마는 저를 앉혀놓고, 어깨부터 손가락 끝까지 두 손으로 쭉쭉 쓸어서 엄지손가락으로 피를 밀어냈어요. 손가락에 빨갛게 피가 돌면 실로 몇 바퀴를 동여매고 바늘로 손톱 아래를 쿡 찔렀어요. 시커먼 피가 맺히면 실을 풀어 줬죠. ‘이제 곧 내려갈거다’ 라며 손바닥으로 등을 한참동안 쓸어 주셨어요. 엄마 손은 참 따뜻했고, 약손이었어요.


이제는 집을 떠나 자취를 하고 있어요. 소화제를 먹고 뻗어서 누워있노라면 손을 따고 등을 쓸어주던 엄마의 손이 그리워집니다. 엄마 손으로 한 번만 쓸어주면 금방 다 나을 거 같은데. 야속하게도 촉각은 직접적인 시공간의 공유를 필요로하기에, 그 손길을 다시 느끼는 건 불가능합니다. 우리가 물리적으로 동일한 시공간 상에 위치하고 있지 않다면 나눌 수 없는 감각이죠.


어느 과학자가 강연에서 재미있는 얘기를 했어요. 양자역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키스를 하는 연인의 입술이, 실은 맞닿아있지 않다는 거에요. 우리의 입술을 구성하는 원자의 입장에서 보면, 원자핵과 전자는 어마무시하게 멀리 떨어져있으니 원자핵은 닿은 적이 없고, 전자구름 역시 서로를 반발력으로 밀어내기 때문에 직접 닿을 수는 없다는 거죠. 우리는 그저, 전자의 반발력을 닿았다라고 느끼는 거래요. 이 이야기는 원자핵과 전자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 지를 나타내기 위한 비유지만 그 시절 그리운 엄마 손에 대해 위로가 되는 답이 되기도 해요. 양자역학의 말장난을 빌리면 ‘닿지 않아도 느낄 수 있다’는 거에요!


묵은 기억 속에서 엄마의 손길을 꺼내어 봐요. 뇌는 그때의 감각을 어렴풋이나마 재현하죠. 기억 속 엄마 손길이 치유가 되네요. 

역시 과학자의 농담은 도움이 되는군요.

3 0